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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맥락짚기] 기업의 오너불사 신화는 옛말… 지배구조 바꾸는 회장님들

자발적 퇴진부터 억지춘향식 퇴진까지 같은 듯 다른 재벌 총수의 경영권 내려놓기

  • 임지혜 기자
  • 2019-02-21 17:11: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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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부터)이웅열, 서정진, 최태원, 이호진, 조양호 회장
어떠한 어려움과 비난에도 굳건히 자리를 지켜온 기업 오너들이 경영과 지배구조의 분리를 받아들이고 있다.

이 같은 인식의 전환에 따라 오너불사라는 재계의 공식도 이제 막을 내리는 모양새다.

특히 최근 들어 내로라하는 기업 오너들이 자발적 퇴진부터 자의반 타의반 퇴진까지 각가지 방식으로 퇴진을 표명하며 이제는 경영과 지배구조의 분리라는 글로벌 기업의 스탠스를 우리 재벌이 받아들이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다만 재계는 퇴진 바람은 일부 오너들의 피치 못 할 선택일 뿐 여전히 경영권을 내려놓기는 쉬지 않을 것이란 분석이다.

◆자의 반 타이 반 화려한 퇴진(?) 이웅열 코오롱그룹 회장

아름다운 퇴장으로 알려진 이웅열 코오롱그룹 회장이 최근 자발적 퇴진을 선언하며 주목받았다. 그러나 이 회장의 아름다운 퇴진은 없었다.

최근 2018년을 끝으로 경영 일선에서 물러난 이웅열 회장이 상속받은 주식을 차명으로 보유했다는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이 전 회장은 부친인 고(故) 이동찬 코오롱 명예회장이 자녀들에게 차명으로 남긴 코오롱생명과학 주식 38만주를 차명으로 보유하면서 신고하지 않은 혐의다.

이 전 회장이 퇴진하자마자 상속세 등 탈세 혐의로 검찰에 기소되자 그에 보냈던 박수는 의문으로 바뀌고 있다.

앞서 재계는 경영 일선에서 물러났던 이 전 회장의 퇴임에는 다양한 복선이 깔린 불가피한 선택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됐다.

그 첫 번째로 이 회장의 퇴임이 장남 이규호 전무의 그룹 경영전면 등장의 마중물이 될 것으로 봤다. 특히 지난해 연말 인사가 코오롱그룹 승계의 신호탄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

또 이 회장의 퇴임을 두고 일각에서는 현 정권과의 불편한 관계가 퇴임을 앞당긴 이유가 됐을 것이라는 의견도 나온다.

이는 그동안 보수정권과 합을 맞춰온 코오롱그룹이 문재인 정부 들어 자주 거론되는 기업이라는 소문과 무관치 않아 보인다.

이 회장의 갑작스러운 퇴임 역시 정치적 고려가 들어간 선택이라는 것.

결국 이번 검찰 조사 역시 갑작스런 퇴임 뒤 숨은 수많은 이유 중 하나가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무엇보다 지난해 퇴임 3개월 전 일감 몰아주기 논란의 소지가 있는 코오롱베니트 지분을 정리하고, 코오롱 제3자 배정 유상증자를 단행하는 등 그룹 지배력 확대에 나서고 있던 상황에서 갑작스레 ‘퇴진 선언’을 한 탓에 앞의 해석에 무게감이 실렸다.

하지만 코오롱 측은 “이웅열 회장이 오래전부터 해오던 생각을 실행에 옮긴 건데, 시점에 묘하게 겹친 것뿐”이라며 “검찰이 수사를 진행하는지도 몰랐으며 회사에는 아무것도 전달받은 것이 없다”고 선을 그었다.

또 코오롱 관계자는 “국세청이 앞서 코오롱 인더스트리에 742억 9000만 원의 추징금을 부과했지만 조세심판원에 심판청구를 제기해 125억 6000만 원으로 줄였다”며 “또 현재 나머지 금액에 대해서도 조세불복해 행정소송을 진행 중”이라고 설명했다.

2년여 만에 검찰이 수사를 진행하는 이유를 이해하기 힘들다는 의미다.

결국 23년간 코오롱그룹을 이끈 이 전 회장의 퇴진이 자발적 퇴진이긴 하지만 꼼수가 숨은 퇴진이라는 말이 끊이지 않는 것도 이 때문이다.
◆경영권 승계위해 퇴진 선택한 서정진 셀트리온 회장

서정진 셀트리온 회장도 최근 2년 후 자신의 은퇴를 천명했다.

서정진 셀트리온 회장은 신년 기자간담회에서 “그동안 직원들한테 2020년 말에는 은퇴하겠다”며 “남은 2년 동안 셀트리온이 바이오의약품 분야를 선도할 수 있도록 응원해 준다면 미련 없이 떠나겠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은퇴 후에는 경영을 전문경영인에게 맡길 계획”이라며 “아들에게는 이사회 의장을 맡겨 회사의 미래를 고민하는 역할을 하도록 해 소유와 경영을 분리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서 회장은 이와 함께 “램시마SC를 앞세워 글로벌 유통망을 구축해 판매 대행이 아닌 해외 직판에 나설 것”이라면서 셀트리온과 셀트리온헬스케어의 글로벌 유통망을 통해 국내 제약사가 개발·생산한 의약품의 해외 진출을 돕는 네트워크 역할을 수행하겠다는 청사진도 제시했다.

재계는 사업 의지와 함께 퇴진 의지를 천명한 서 회장의 행보에 다소 충격이라는 반응이다.

특히 최근 물러난 이웅열 코오롱 회장에 이어 대기업으론 두번째 '오너퇴진'이 되는 셈이어서 경영과 지배의 분리가 대기업 군으로 확대되는 것 아니냐는 조심스런 전망도 나온다.

특히 이들 회장의 퇴진이 그동안의 명목상 퇴진이 아닌 분명한 경영권과 지배권 분리 의지가 함의됐다는 점에서 주목 받는다.

다만 이웅열 회장과 서정진 회장의 퇴진 소식은 그전과는 전혀 다르다는 것이 업계의 관측이다.

박주근 CEO스코어 대표는 “이웅열 회장은 본인이 더이상 코오롱을 한단계 높이는데 역량을 발휘할 수 없다고 판단한 반면 서정진 회장은 아들에게 이사회 의장직을 맡기겠다며 선진국 기업이 채택하는 오너와 소유 경영의 실험을 해보겠다는 강한 의지가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며 “올해까지 그룹의 시스템경영이 가능하도록 네트워크를 만들고 이후로는 전문경영인 체제로 운영돼도 리스크가 크지 않다는 판단이 작용하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서 회장의 퇴진 발언을 두고 창업주와 전문경영인, 후계승계에 있어 그 역할에 충실해야만 기업의 영속성이 보장된다는 분석도 나온다.

박 대표는 “서 회장은 이사회를 통해 그룹의 큰 그림을 그리는게 후계 승계가 더 효과적이라고 판단했을 것”이라며 “이러한 맥락에서 이웅열과 서정진의 퇴진은 '역시나'에 그칠 공산도 크다”고 전망했다.

이는 퇴진이 일시적인 뒷걸음질일뿐 결국은 자식에게 넘겨주기 위한 시간을 버는 퍼포먼스에 그칠 것이라는 의견이다.

이어 박 대표는 “기업오너가도 종전과 같은 행보로는 더이상 버티기 어렵다”며 “사회적 흐름이 미국이나 유럽의 대기업처럼 오너가는 이사회를 장악하고 기업의 실제 경영은 전문경영인에게 맡겨지는게 자연스런 패턴으로 자리잡을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산전수전 다 겪은 최태원 회장의 갑작스런 경영 후퇴 선언

최태원 SK그룹 회장도 그룹 지주회사인 SK(주) 이사회 의장에서 물러난다. 이는 최근 SK그룹이 이사회 중심의 책임경영을 강화하기 위해 대표이사와 이사회 의장을 분리하기로 결정한 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20일 SK그룹 등에 따르면 최 회장이 의장직에서 물러나는 배경으로 삼성 등 일부 대기업들이 투명경영을 위해 경영진과 이사회를 분리하는 사례가 늘고 있는 분위기 속에서 SK가 추구해온 경영전략인 사회적 가치를 실현하려는 강한 의지가 반영됐다는 분석이다.

풀이해 보면 소유와 경영의 분리를 통해 SK의 기업 이미지를 좋게 하는 동시에 주주들이 신뢰를 가지고 투자할 수 있는 지배구조를 만들어 기업의 사회적 가치를 종전보다 더 높인다는 의미다.

SK그룹 내 회사나 임직원들이 실천하고 있는 다양한 경로의 사회적 가치를 추구하는 데 그치지 않고 최 회장이 기업지배구조를 통해 진정한 사회적 가치를 몸소 실천해 보이려는 의지를 드러낸 셈이다.

앞서 최 회장은 지난 1월 초 열린 신년회에서 "기업이 성장과 안정을 지속하려면 매출과 영업이익만을 추구하기 보다는 구성원의 행복과 성숙도 있는 공동체를 만드는 것도 중요하다"며 "구성원의 개념을 고객·주주·사회·협력업체 등으로 확대해야 한다"고 밝힌 바 있다.

이번 의장직 사임 역시 최 회장의 경영과 지배의 분리 의지가 반영된 결정이란 판단도 여기서 나온다.

최태원 회장은 경영권과 지배권에 관해선 이미 산전수전 다 겪은 인물로 꼽힌다.
지난 2014년 모든 계열사의 등기임원직에서 물러난 최 회장은 이후 2016년 사내이사에 복귀한다. 또 3년간 대표이사와 의장을 겸임해왔다.

이 과정에서 경영과 지배구조에 따른 시민단체의 비판을 받아왔다.

또한 기업구조 변화도 최 회장의 경영권 분리에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풀이된다.

SK그룹은 이미 계열사의 전문경영인의 성공사례를 맛보고 터고 오너가 모든 사항을 챙기는 기업 규모를 이미 넘어섰다는 것.

서성문 한국투자증권 기업분석부서장은 “SK그룹은 지난해 반도체 호황에 힘입어 자산이 큰 폭으로 증가해 그룹 자산이 200조원대로 뛰어오르며 기업 규모가 팽창했다”며 “이에 따라 보다 투명한 지배구조를 구축할 필요성이 커졌고 최 회장 굳이 경영권을 지켜고 있어야 할 이유가 없어졌다는 것도 이번 행보와 무관치 않다”고 판단했다.

최 회장이 다음달 의장에서 물러나면 대표이사는 유지하면서 이사회 의장직만 내려놓는 모양새를 취하게 된다.

최 회장이 지주회사인 SK(주) 이사회 의장에서 물러남과 동시에 현재 사내이사가 맡고 있던 주요 계열사 이사회 의장도 모두 교체된다.

서 부서장은 “최태원 회장의 결단처럼 통상 경영진을 대표하는 대표이사가 경영진 감시 역할을 하는 이사회 의장을 겸임하게 되면 이사회의 독립적이고 효율적인 의사결정을 기대하기가 어려워진다”며 “상당수 글로벌 기업들이 주주 신뢰를 높이기 위해 대표이사와 이사회의 분리운영제를 택하고 있는 이유도 이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SK 관계자는 "사외이사 후보자를 최종 확정하는 것은 사외이사 후보 추천위원회와 이사회의 권한"이라며 "3월 5일 이사회에서 논의될 예정이라 현재 결정된 바 없다"고 잘라 말했다.

◆셀프 퇴진에 악재만 쌓인 이호진 태광그룹 회장

이호진 태광그룹 회장은 지난 2012년 태광그룹 회장직을 내려놨다. 당시 이 회장의 사임은 경영권과 지배권 분리를 위한 자발적인 사임보다는 검찰 기소에 따른 어쩔 수 없는 퇴진이었다.
당시 이 회장은 태광산업과 대한화섬 대표이사를 포함, 티브로드 홀딩스 등 그룹내 모든 법적 지위뿐 아니라 회장직에서도 퇴임했다.

다만 지배권은 유지하고 실질적 경영권에도 참여할 의사까지 포기한 것은 아니었다.

당시 태광그룹 회장단은 무자료 거래와 회계 부정처리, 임금 허위지급 등으로 회삿돈 약 400억원을 횡령하고 골프연습장 헐값 매도 등으로 그룹 측에 975억원의 손해를 끼친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는 상황이었다.

이 회장은 향후를 도모하며 그룹을 위한 최선의 선택을 한 셈이다.

또한 이 회장의 건강상태가 좋지 않아 지병을 사유로 보석을 신청도 가능한터라 물밑에서 경영권 승계 전략을 추진하려던 정황도 나타난다.

특히 태광그룹은 이호진 회장과 오용일 부회장 등 태광그룹 회장단 3명 일괄 사임하며 그룹 쇠신 분위기를 띄었다.

태광그룹은 회장단 사임을 기점으로 짜 맞춘 듯 경영 투명성 확보를 위해 노력하겠다고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재판은 7년여를 넘어섰고 최근에는 황제보석 논란으로 물의를 빚으며 이 회장에게 당시 퇴진은 악재로 작용하고 있다.

최근 서울고법은 이 전 회장에 대한 재파기환송심 선고에서 금융사지배구조법에 근거해 횡령·배임 혐의엔 징역 3년의 실형을, 조세포탈 혐의엔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 등을 선고하며 양형을 분리했다.

재판부는 "금융회사의 지배구조에 관한 법률을 보면 1년 이상의 실형을 선고받은 대주주가 갖는 주주권 행사는 정지될 수 있으나, 이 전 회장은 조세포탈 수익 약 7억원을 국고에 반환했기 때문에 조세범 처벌법 위반은 실형을 선고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이번 판결로 이 전 회장은 보유 주식 의결권 일부 제한은 피했다.

그러나 이 전 회장은 당장 의결권 제한은 피했지만 더 큰 위험 요소가 남아있다. 사법부가 금융회사를 보유한 대주주의 적격성 심사를 할 때 법 위반 행위 시점을 변경했기 때문이다.

사법부는 금융당국의 행정해석과 달리 과거 범법 행위 시점이 아니라 형 확정 시점을 기준으로 대주주 적격성 심사를 해야한다는 취지의 판결을 내렸다.

사법부의 해석이 적용되면 이 전 회장의 대주주 적격성 심사에는 빨간불이 들어온다. 즉, 경영권이 아닌 지배권에도 빨간불이 켜진 것.

금융위원회는 관계자는 "아직 관련 내용에 대해 논의를 하지 못했다"며 "판결 취지를 먼저 살펴보고 입장을 정리할 것"이라고 말했다.

시민사회에서는 이 전 회장에 대한 대주주 적격성 심사를 실시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경제개혁연대는 "사법부의 명확한 판단이 내려진 만큼 금융위원회는 즉각 입장을 표명하고, 태광 금융계열사(흥국생명 등)의 최대주주인 이 전 회장에 대한 대주주 적격성 심사에 착수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금융위가 사법부처럼 형 확정 시점을 기준으로 삼으면 조세범처벌법을 위반한 이 전 회장은 흥국금융그룹의 대주주 지위를 박탈당할 수 있다.

또 현재 법상 대주주 적격성에 문제가 있다고 판단될 경우 주식을 강제로 매각해야 한다.

문제는 이러한 사항이 이 회장이 사임하면서 까지 지켜야 했던 태광그룹의 3세 경영권 승계에 직결된다는 점이다.

태광그룹은 이 전 회장의 아들 현준씨가 2대 주주로 있는 티알엔을 정점으로 지주사로의 전환에 속도를 내고 있다.

지주회사는 현행 금산분리 원칙에 따라 금융 계열사 주식을 보유할 수 없어 흥국금융의 지분 정리가 불가피하다.

그러나 이 전 회장이 대주주 적격성에 문제가 생기면 강고한 지배구조에 균열이 갈 수 있다.

◆퇴진 아닌 쫓겨날 판…조양호 한진그룹 회장

갑질논란에 행동주의 펀드에 공격을 받는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의 사정은 더 딱하다. 이는 기업을 위해 경영권과 지배구조를 분리하는 자발적 퇴진이 아닌 오너가가 경영권에서 내쳐질 수 있다는 상황 때문이다.

특히 행동주의 펀드를 표방한 KCGI의 한진그룹을 향한 공세에 조 회장이 그룹 경영권을 내려놓을 수 있다는 분석까지 나오며 3월 주총에 조 회장의 경영권 퇴출 가능성도 떠돈다.

최근 3월 주총에 앞서 KCGI는 한진칼 내부 자산의 재평가(+), 자회사 대한항공의 배당 정상화를 통한 현금 유입(+), 오너일가가 사적 영역으로 사용한 비용(-) 차단 등이 나오며 오너일가의 퇴진이 기업 가치 상승이라는 문건을 통해 주주들을 흔들고 있다.

문제는 이 같은 주주제안이 오너일가의 이해관계와 철저히 배치된다는 점이다.

조양호 회장 등 오너일가 입장에선 추후 조원태 대한항공 사장 등 3세 경영진으로의 승계를 위해선 한진칼의 기업가치가 지금 수준을 유지해야 한다.

이는 한진그룹의 지분구조에 잘 나타나 있다.

조양호 회장은 현재 그룹 최상위 회사인 한진칼 지분 17.84%를 보유해 한진그룹을 지배하고 있다.

차남 조원태 대한항공 사장이 2.34%, 장녀 조현아 씨가 2.29% 등 최대주주 일가 및 특수관계자가 한진칼 지분 약 28.93%를 보유하고 있다.

향후 상속 부담을 고려할 경우 조 회장의 보유지분의 최대 절반 까지 줄 수 있다보니, 2대주주인 KCGI측과 최대주 측의 격차는 좁혀질 수 있는 상황이다.

조 회장이 직접 보유한 ㈜한진(6.87%) 주식을 추후 한진칼 주식으로 맞바꿔(Swap) 상속세 재원으로 활용하는 방안도 고려됐지만, 일찌감치 KCGI 측도 대비에 나섰다.

KCGI 측은 한진칼 주식 매집 시기 ㈜한진 주식도 함께 모아 퇴로를 차단했다.

양 사의 주식 스왑을 강행할 경우 오너일가와 함께 2대주주 KCGI의 한진칼 지분율도 동반해 상승하게 된다.

한진 그룹입장에선 타 그룹들이 널리 활용했던 비상장 계열사의 일감몰아주기를 통한 우회로가 모두 차단된 점이 아쉬울만한 상황이다.

김영호 삼성증권 선임연구원은 “과거 오너일가 삼형제가 보유한 한화S&C 사례처럼 충분히 ‘영리하게’ 후계 재원을 마련할 수도 있었는데 한진은 이에 대한 고려가 없었던 것 같다”며 “감독기관 등 외부에서 보기에도 너무 티가 나게 계열사를 활용했던 점도 지금 돌이켜보면 아쉬울 수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나마 최상위회사 한진칼이 시장의 관심에서 빗겨나 있고, 기업가치도 일정 수준을 유지한 점이 승계 부담을 줄여온 핵심이었다.

한진그룹은 자회사 대한항공이 영업이익을 통해 현금을 벌던 시기에도 모회사인 한진칼로의 배당은 최소화했다.

주주와 이익을 함께 나누는 배당 대신 직접 주요 계열사에 등기임원으로 올라있는 조양호 회장에 고액 연봉을 지급하는 식으로 우회해 논란이 되기도 했다.

주주들 사이에선 승계를 앞둔 그룹의 특수성이 한진칼은 물론 핵심계열사 대한항공 주가에도 영향을 미친 것아니냐는 불만이 나왔다.

한진칼의 핵심 자산이 보유한 대한항공 지분인만큼 오너일가 입장에선 자회사 주가 상승이 반갑지 않을 것이란 시각이다.

이에 대해 김 연구원은 “한진은 애초부터 주가에 정말 관심이 없는 그룹으로 손꼽혔다”며 “시가총액이 3조원이 넘는 그룹이 컨퍼런스 콜을 아예 안하고 분기보고서만 내고 대응을 안해온 점도 이상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 같은 오너가의 시장 평판은 고스란히 공격의 빌미로 되돌아오고 있다.

땅콩 회항‧물컵 사태 등 오너일가의 사회적 물의 외에 재무지표상 숫자로도 확인할 수 있다.

최근들어 국민연금의 한진그룹에 대한 주주권 행사가 논란에 섰지만, 투자자들은 ‘한진’이란 예외성이 인정되기 너무도 많은 조건들이 숫자로도 드러난다는 평가다.

김 연구위원은 “결국 강성부 대표가 이끄는 KCGI의 성패 여부도 승계 차단이 핵심에 있다”며 “펀드 본연의 ‘수익률 극대화’를 달성할 경우 한진칼의 기업가치도 커지게 되고, 자동적으로 승계 비용은 비례해서 늘어나게 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조양호 일가 입장에선 올해부터 점진적으로 KCGI 측의 요구를 수용하고 배당 확대 등 자본시장과 접점을 찾더라도 결국 시기의 문제일 뿐”이라며 “이는 승계와는 직접적으로 배치되는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KCGI 측은 이미 주총 표 대결을 위한 명분 쌓기에 들어갔다.

한진그룹이 내놓은 경영쇄신안에 대해 기존 경영진 연임과 대주주 이익을 보호하려는 방안일 뿐이며 기업과 주주가치를 높일 수 있는 근본적인 대책이 아니라고 지적했다.

김 연구위원은 “한진칼 지분 6.7%를 보유한 국민연금이 경영 참여를 선언한 데다 주주명부 공개로 수세에 몰린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도 우호지분 확보를 위한 다양한 방안을 마련할 수밖에 없다”며 “잘못하면 조양호 회장이 퇴진이 아닌 퇴출이 될 가능성도 있다”고 전망했다.

임지혜 기자 lhjihj9031@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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